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0일(현지시간) 디즈니 이사회는 '밥 아이거'의 CEO 귀환을 승인했다. 고위 임원에 대한 교체설은 돌았지만 CEO교체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듯 하다. 임원들은 물론, 자내 이메일을 접한 직원들 역시 인터넷피싱으로 여긴 사람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밥 아이거'의 귀환을 스티브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사건에 비유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 열린 이사회에서는 밥 체이팩의 3년 임기 연장에 동의했다. 당시 아놀드 의장은 “밥 체이펙은 월트디즈니에 적합한 리더다. 이사회는 그(밥 체이팩)와 그의 리더십 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갑작스런 CEO교체가 모두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는 이유다.
디즈니 이사회 수잔 아놀드(Susan Arnold)는 “우리는 오랜 기간 디즈니를 위해 일했다. 팬데믹 시절 모든 것이 제로인 상황에서 회사를 잘 이끌어준 밥 체이펙에게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미디어 사업 구조 개편으로 복잡성이 더해지는 지금은 밥 아이거가 회사를 이끌 적임자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올해 3분기 스트리밍 사업부는 14억 7000달러 손실을 냈다. 작년 동기간 보다 8억 달러가 적은 수준이다. 실적 발표 후 디즈니 주가는 13% 하락했다.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9년 11월에 런칭한 디즈니+의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세다. 121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스트리밍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미디어조사 기업 '모펫내탄슨'의 마이클 내탄슨은 "디즈니 실적이 예측과 다른 일은 드물다. 스트리밍 서비스 실적 저조와 실시간 채널의 하락이 큰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밥 아이거는 2020년 사임하기 전까지 15년 간 디즈니를 이끌었다. 디즈니를 콘텐츠 기업에서 콘텐츠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밥 아이거는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글로벌 최강 IP회사로 디즈니를 탈바꿈 시켰다. 굵직한 콘텐츠 IP를 확보한 밥 아이거는 폭스 스튜디오를 사들이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밥 아이거는 “위대한 회사(디즈니)의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다. 이사회로부터 CEO로 복귀하라는 요청을 받게 돼 기쁘다. 디즈니는 세계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존재하며 특히 직원들에게는 자랑이었다. 나는 독보적이고 대담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창의적인 것에 집중할 것이다. 상황이 어렵지만 회사를 다시 성공시킬 것이다"고 복귀 성명을 발표했다.
사임하게 된 '밥 체이팩'은 별다른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9월 밥 체이팩은 루카스필름, 내셔널 지오그래픽, 픽사, ESPN, ABC 등 주요 자회사들의 콘텐츠 확장 방향을 공개했다.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를 통해 밥 체이팩은 “향후 100년의 디즈니는 처음 100년의 디즈니보다 위대할 것이다. 마블, 루카스필름, 픽사, ESPN, ABC 등 회사의 모든 구성요소들은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사회의 3년 임기 연장을 받은 6월 이후 주가가 곤두박칠 치면서 밥 체이팩은 디즈니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밥 체이팩은 주요 사업부를 거친 만큼 기대가 컸으나 취임 후 잡음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사업 부실 원인도 있지만, 밥 체이펙이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2021년 '블랙위도우'를 디즈니는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동시 개봉했다. 이 때문에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 측은 스트리밍으로 인한 극장 수익 감소에 대한 성과금을 요구했지만 결국 법정 소송까지 갔다. 계약상 권리를 주장한 헐리우드 A급 배우를 "과도한 욕심"으로 치부한 밥 체이팩의 판단은 대표적인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부족 사건으로 기억됐다.
밥 체이팩은 경영 이슈외에도 정치적 판단에 대한 직원의 자유를 침해해 곤란을 겪었다. 2022년 플로리다가 동성애 교육 금지 법안을 만들자, 밥 체이팩은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입장 표시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이에 반발한 직원들과 시민단체를 항의했고 밥 체이팩 퇴진 운동까지 번졌다. 결국 밥 체이팩이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디즈니의 분기 실적 예측과 다를 정도로 심각한 스트리밍 분야의 적자,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부족, 위기 대처 미숙 등은 경영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동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윤진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